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 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.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. 꽃잎 되어 날아가 버린다. .. 아름다운글/마종기 2008.03.23
눈물 / 피천득 눈물 / 피천득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.... 음악, Minor Blue / David Darling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3
어쩌자고/ 최영미 어쩌자고/ 최영미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,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은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갸湛막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3
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/정 채봉 쫓기듯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.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.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茶 한잔에도 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2
씨감자/이 원수 감자씨는 묵은 감자, 칼로 썰어 심는다. 토막토막 자른 자리, 재를 묻혀 심는다. 밭 가득 심고 나면, 날 저물어 달밤 감자는 아픈 몸, 흙을 덮고 자네. 오다가 돌아보면 훤한 밭골에 달빛이 내려와 입 맞춰 주네. -이원수 <씨감자>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1
[스크랩] 물 빛 1 - 마종기 물 빛 1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.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,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.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.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,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.. 아름다운글/마종기 2008.03.20
[스크랩] 퇴계이황의 梅花詩 두편 퇴계 이황의 매화시 두편 樹庭梅雪滿枝(수정매설만지)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(풍진호해몽차지)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(옥당좌대춘소월)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(홍안성중유소사)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0
낙화 / 이형기 낙화 /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.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.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. 헤어지자.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20
아지매는 할매되고/허 홍구 아지매는 할매되고/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"아지매,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19
그리운 이 그리워 오세영 My Sweet Rose 그리운 이 그리워 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 버리자.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 나가고 또 들어오고,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 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. 실어 온 동백.. 아름다운글/시 2008.03.19