동백이 지고 있네/송 찬호 기어이 기어이 동백이 지고 있네 싸리비를 들고 연신 마당에 나서지만 떨어져 누운 붉은빛이 이미 수백 근 넘어 보이네 벗이여, 이 볕 좋은 날 약술도 마다하고 저리 붉은 입술도 치워비리고 어디서 글을 읽고 있는가 이른 아침부터 한 동이씩 꽃을 퍼다 버리는 이 빗자루 경전 좀 읽어보게 송찬호-동백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9
[스크랩] 쓸쓸하고 더딘 저녁....황동규 이제 컴퓨터 쓰레기통 비우듯 추억통 비울때가 되었지만, 추억 어느 길목에서고 나보다 더 아끼는 사람 만나면 퍼뜩 정신 들곤 하던 슈베르트나 고흐, 그들의 젊은 이마를 죽음의 탈을 쓴 사자(使者)가 와서 어루만질 때 (저 뻐개진 입 가득 붉은 웃음) 그들은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? 밀밭이 타오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조그만 사랑노래/황동규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,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황동규/ 즐거운 편지 . 1.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 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 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. 2.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즐거운 편지/ 황 동규 1.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. 2.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 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빈집의 약속. 문 태준 빈집의 약속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메달아 두듯 마음에 봄 가을 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초상 (肖像) / 조 병화 초 상 [조 병화]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구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.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로운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8
붉은 동백/ 문 태준 붉은 동백 / 문태준 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마음 이리 설레 환속했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어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하니로 살아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6
나무는/ 류 시화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6
나 대신 꽃잎이 쓴 편지 / 홍 우계 꽃잎이 쓴 편지 부칠 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 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.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.. 아름다운글/시 2008.04.05